성수대교 붕괴

1994년 10월 21일 오전 7:38분경 서울시의 한강에 위치한 성수대교가 붕괴되었다. 5번과 6번 교각 사이의 상부 트러스 48m가 강으로 추락하여 지나가던 승용차와 버스 등이 물 속으로 빠져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였다. 특히 한성운수 소속 16번 시내버스는 교량이 붕괴되면서 뒷바퀴가 붕괴 지점에 걸쳐 있다가 뒤집혀 떨어지면서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1979년 10월 개통된 성수대교는 총연장 1160.8m, 폭 19.4m의 왕복 4차선의 트러스 형식의 교량으로 접속교를 제외한 본교 트러스 구간의 연장은 672m로 그림에 보인 것처럼 중앙의 5개 경간의 연장은 각각 120m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림) 성수대교 본교 트러스 구간

사고는 미국에서 1967년도에 붕괴된 실버교와 1983년도에 붕괴된 마이어너스교와 유사하게 현수경간(suspended span)의 트러스가 추락하여 발생하였는데, 성수대교는 연장 48m의 현수 트러스가 교각에 고정된 연장 72m의 지지 트러스(Anchor Truss)에 핀(pin) 구조인 수직재로 연결되어 지지되고 있는 게르버 구조(Gerber structure)이다.

이런 게르버 형식은 오래된 것으로 전산구조해석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이전에 설계시 구조계산의 편의와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채택되었던 구조형식으로 붕괴에 취약한 교량형식으로 1970년 이후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교량형식이다.

이러한 게르버 구조에서 현수스팬과 교각에 고정된 지지 스팬의 연결부위는 실버교와 같이 핀과 아이바(eye-bar), 또는 마이어너스교와 같이 핀과 행거(hanger)로 만들어지곤 하는데, 트러스 구조로 된 성수대교의 연결부위는 수직재를 핀(pin)으로 지지하도록 설계·시공되었다. 게르버 구조에서 현수 스팬과 지지 스팬의 연결부위는 현수 스팬에 재하되는 모든 하중이 지지 스팬을 거쳐 교각을 통해 지중으로 전달되는, 즉 하중이 집중되고 전달되는 통로로서 아주 중요한 부재다.

성수대교의 경우 현수 트러스의 하중이 지지트러스로 전달되는 경로(하중경로, Load-Path)인 수직재가 여유도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이 핀과 수직재 부분이 붕괴유발부재에 해당된다.

하중경로에 여유도가 있는 즉, 여러 개의 하중경로를 갖고 있는 다재하경로(Multiple Load-Path) 구조물인 경우 어떤 부재가 파손되더라도 하중이 다른 경로로 재분배되어 안전하게 지지되거나 또는 붕괴 이전에 점진적인 변형이 발생하는 등 붕괴에 대한 경고가 있기 마련인데, 단재하경로(Single Load-Path)인 수직재로만 현수 트러스가 지지되고 있던 성수대교의 경우 수직재가 파단되면서 현수 트러스가 갑작스럽게 추락한 것이다.

사고 직후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성수대교 붕괴사건 원인규명 감정단(이하 ‘원인규명감정단’)”을 구성하여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사고 이듬해인 1995년 6월 ‘활동백서’로 발간하였다.

원인규명감정단은 교량외관조사, 비파괴시험, 재료시험, 설계와 시공내용 감정, 감리와 유지관리 감정 등을 통해 붕괴원인을 분석하였다.

원인규명감정단의 분석에 따르면, 성수대교의 붕괴는 붕괴된 경간의 수직재의 상부 Pin Plate와 수직재의 용접이음부의 파단에서 비롯되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이 교량의 안전에 가장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직재와 Pin Plate의 연결을 위한 용접이 부실하게 시공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측 그림은 성수대교 수직재의 파단면을 보여 주고 있는데, 두께 50mm의 핀 플레이트(pin plate)와 두께 18mm의 수직재 플렌지(flange)를 용접으로 이어 붙여 연결하였는데, 붕괴된 교량의 북측에 위치한 세 개의 수직재가 모두 이곳에서 똑같은 균열이 발생해서 수직재의 복부판(web)까지 진전되어 파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이음 부분의 용접재가 완전히 용입되지 않고 불완전하게 부실시공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본 공사 용접 특별시방서에 용접하는 부재의 용접면의 형상을 X형으로 다듬는 개선(開先, beveling) 작업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또한 세 개의 수직재 중 중앙의 수직재 용접부위에서는 우측 그림에서 보듯이 파단된 플랜지면에 푸른 색의 페인트가 약 8cm 길이로 묻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이미 붕괴 이전에 상당한 길이의 균열이 플랜지에 발생하여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수직재의 용접불량 및 제작결함 같은 시골부실이 붕괴의 원초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부실하게 시공된 수직재의 경우 피로하중에 대한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실험적인 방법으로도 입증되었으며, 교량이 제 수명을 다 하지 못 하고 15년 만에 붕괴된 제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또 하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유지관리의 부재인데, 성수대교 준공 후의 유지관리 기록을 보면 유지보수 예산이 연간 3천만 원이 못 되며, 그나마 교량의 안전점검 및 안전진단 등에 관련된 예산은 전혀 없고, 대부분이 신축이음의 보수 비용에 불과하였을 정도로, 당시에는 시설물 유지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결여되어 있었으며 이에 따라 부실공사로 인한 결함을 사후에라도 발견하여 재시공이나 사전에 보강을 하지 못 하고 붕괴사고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우측 그림에서 보듯이 현수 트러스와 지지 트러스의 연결부분 상단에 단차가 있어서 사고 발생 수년 전부터 중트럭에 의한 충격으로 가로보가 손상 탈락되어 이를 보수·보강하기 위해 그림처럼 가로보를 지지하기 위한 지지대로 브래킷을 핀 수직재에 직접 용접하여 설치하고 핀 수직재 하단에 가로보 버팀재를 지지하기 위한 H빔 지지대를 사재(斜材)와 연결시켜 설치하였는데. 이러한 보수행위가 수직재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이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한 핀 수직재에 발행한 균열은 그대로 방치하였을 정도로 유지관리에 대해 무지하였다.

피로에 대한 정밀분석 결과, 수직재에 브래킷을 직접 용접하여 연결함으로써 당초 회전에 대해 구속을 받지 않도록 핀으로 설계된 연결부위가 구속되어 핀기능을 상실하고 온도변화에 따른 변형까지 구속되어 2차응력이 추가로 발생되었을 뿐 아니라, 수직재 하단부에서 사재와 H빔 지지대를 만들어 설치함으로써 수직재가 온도변화에 대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구속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이러한 현상이 용접부실과 중차량등의 통행과 맞물려 용접부위의 피로수명을 아주 현격하게 단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유지보수 행위는 교량의 안전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량의 안전에 역행을 하여 결과적으로 붕괴를 촉진시킨 행위로 그 당시 시설물의 유지보수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붕괴의 간접원인으로 설계, 시공, 유지관리측면에서 모두 지적이 있었다.

우선 설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지적사항은 역시 핀연결 수직재의 상세설계 부분으로 성수대교의 수직재와 같이 하중경로상 여유도가 없는 단재하경로의 붕괴유발부재를 설계하면서 핀플레이트와 수직재 상단연결부를 용접으로 연결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이것은 아주 위험한 연결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용접연결을 고장력 볼트로 대체하였다면 피로파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지적되었다.

시공측면에서의 간접원인으로 지적된 것으로는 수직재의 핀플레이트 용접부분에 테이퍼(taper) 단면을 두어 1/10의 경사로 완만하게 연결해야 함에도 몇 배 이상 급하게 처리함으로써 응력집중이 발생하여 피로수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과 함께 교량을 현장에서 설치하기 전에 공장제작 단계에서 가조립을 하여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제작오차가 발생하여 피로에 영향을 미친 것 등이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신축이음장치를 제때에 적절하게 보수하지 않아 슬래브에 단차가 발생하여 통행차량에 의한 과도한 충격이 발생하였고, 빗물과 염화칼슘이 침투하여 상판 슬래브 하부의 부재들이 부식되고 손상되어 수직재에 2차 응력을 증가시켜 피로수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지적되었다.

이외에도 정치·사회·환경적인 요인도 같이 지적을 받았는데, 성수대교가 건설되던 당시인 70년대 중후반의 고도성장 시대에 국가 기반시설의 건설도 정상공기의 몇 분의 일도 안 되는 짧은 공기에 완료하도록 닦달하는 것이 다반사인 상태에서 어쩌면 성수대교와 같이 경험 없는 대형공사는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 모두가 부실하게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고, 당시 국내의 강구조물의 설계, 제작, 시공관련 시방서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낙후되어 게르버트러스교의 붕괴유발부재에 대한 상세한 시방이 없었고 피로설계기준도 없었다. 또한 공사진행 과정에서 설계도면과 시방서에 부합하도록 엄격한 품질관리와 감독을 수행하는 감리제도가 없었던 것도 문제로 대두되었다.

성수대교 붕괴로 인해 사고 당일 사고의 책임을 물어 당시 서울특별시장이 경질되었으며, 개원 중이던 국회가 중지되고 대통령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하여 국민에게 사과하였다.

특히 시설물안전과 관련된 법이 새롭게 제정·시행되고 조직이 새롭게 정비되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직후인 1995년 1월 5일 “시설물의 안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이 제정되어 전국의 교량, 터널 등의 시설물과 건축물을 규모에 따라 1종 시설물과 2종 시설물로 구분하고 관리주체별로 안전점검과 안전진단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였다. 또한 동년 4월 19일 건설교통부 산하에 ‘시설안전기술공단’을 설립하여 이들 1·2종 시설물의 안전진단을 담당하도록 하였고, 다음해인 1996년 3월 15일에는 건설안전분야 건설기술자 교육기관으로 지정하였는데, 2008년 3월 21일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 이름을 바꾸어 지금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존속하고 있다. 또한 국내 공공 건설공사의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품질 및 안전 향상을 위해 1994년부터 전면책임감리 제도가 시행되었다.

성수대교사고관련 책임기관인 서울시에서는 1급 관리관이 본부장인 도시안전본부를 신설하여 교량·터널 등 서울시 관내의 도시시설물에 대해 대대적으로 안전점검과 진단, 보수·보강을 시행하였다. 또한 새로 신설되는 교량인 가양대교와 성수대교 복구공사에 외국회사를 감리회사로 선정하였다. 또한 1998년도에는 시설물별 안전점검 매뉴얼을 작성하여 발간하기도 했다.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성수대교와 같은 대형교량이 공용 중에 붕괴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는 않지만 성수대교 붕괴 3년 뒤인 1997년 7월 23일 안양 박달 우회고가도로 교각이 개통 20일 만에 파괴되었고, 2010년 4월 4일에는 서울 올림픽 공원 내 청룡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