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의 붕괴는 진행형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295명의 목숨을 잃었다. 1993년 10월 10일 서해훼리호 침몰로 292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21년 만에 다시 대형 선박 침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대형사고가 발생 직후에는 사회적으로 안전의식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제도정비, 예산증가 등이 뒤따르기 마련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관심이 떨어지면서 사고의 위험이 늘어나게 되다가 최소요구 수준 아래까지 떨어지면 유사한 대형사고가 재발하게 된다.
국민 모두가 안전의식을 갖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쁜 기억은 빨리 잊으려 하고, 설령 잠재적인 위험이 있더라도 그 위험이 본인에게 실제 위험으로 닥치지 않는 한, 그 잠재적 위험요소를 미리 없애는 데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과 시스템에 의해 전문적으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안전처 같은 조직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적어도 이런 조직을 통해 이미 발생했거나 향후 발생가능한 위험요소를 철저히 조사하여 미리 대비함으로써 대형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후 세월호가 침몰된 것도 21년 만이었는데,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2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교량관리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수대교 같은 교량 붕괴사고는 후진국에서나 발생하는 사고로 알고 있지만, 사실 1967년 실버교(Silver Bridge)가 갑작스럽게 붕괴되어 4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미국에서 지금까지도 수 많은 교량이 무너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국 써리대학(University of Surrey)의 Michael J. Ryall 교수는 저서 ‘교량 관리(Bridge Management)’에서 “사람들은 교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화(劣化; deterioration)되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와 관심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종종 영구적인 구조물로 생각한다”고 하였다. Maxwell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열화로 인한 문제점들은 교량관리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하였고, McIntyre는 “우리는 오래 된 교량을 수 많은 세월 동안 방치하여 발생한 잘못된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유지관리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교량전문가인 Henry Petroski는 저서 ‘꿈의 엔지니어 (Engineers of Dreams)’에서 교량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손상되고 다른 인공구조물과 마찬가지로 그 강도와 상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점검⋅진단⋅보수가 필요한데,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방치한 결과 미국의 경우 현재 다섯 개 교량 중 하나 정도가 구조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교량의 관리에는 경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교량이 소요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까지 포함하여 미국의 교량붕괴 사고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교량관리에 개선점이 필요한 부분을 도출하여 정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