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교량붕괴
1994.10.21일 성수대교 붕괴 외에도 1964년부터 2010년 까지 자그마치 7,534개의 도로교가 붕괴되는 등 거의 매년 적지 않은 수의 교량이 홍수 때문에 지속적으로 무너지고 있음에도 관심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국내외적으로 발생한 거의 유일무이한 교량 붕괴사고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 등에서 살펴본 것 처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끊임없이 교량 붕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교량의 피해가 유난히 심하다는 점인데, 이를 자연재해로 인식하여 미리 예방하지 못 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붕괴 사례
성수대교 붕괴
1994년 10월 21일 오전 7:38분경 서울시의 한강에 위치한 성수대교가 붕괴되었다. 5번과 6번 교각 사이의 상부 트러스 48m가 강으로 추락하여 지나가던 승용차와 버스 등이 물 속으로 빠져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였다. 특히 한성운수 소속 16번 시내버스는 교량이 붕괴되면서 뒷바퀴가 붕괴 지점에 걸쳐 있다가 뒤집혀 떨어지면서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성수대교 붕괴로 인해 사고 당일 사고의 책임을 물어 당시 서울특별시장이 경질되었으며, 개원 중이던 국회가 중지되고 대통령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하여 국민에게 사과하였다.
성수대교 붕괴 직후인 1995년 1월 5일 “시설물의 안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이 제정되어 전국의 교량, 터널 등의 시설물과 건축물을 규모에 따라 1종 시설물과 2종 시설물로 구분하고 관리주체별로 안전점검과 안전진단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였고, 국내 공공 건설공사의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품질 및 안전 향상을 위해 1994년부터 전면책임감리 제도를 시행하였다.
성수대교 사고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성수대교 같은 대형교량이 공용 중에 붕괴되는 사례가 재발하지는 않았지만, 성수대교 붕괴 3년 뒤인 1997년 7월 23일 안양 박달 우회고가도로 교각이 개통 20일 만에 파괴되었고, 2010년 4월 4일에는 서울 올림픽 공원 내 청룡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
남해 창선대교 붕괴
1992.7.30일 오후 5시 5번 교각이 붕괴되어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1980.6.5일 준공된 이 교량은 영세하고 경험없는 업체에 의해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심한 유속(v=2.76m/sec) 때문에 우물통 기초의 위치가 잘 못 시공되어 편심하중이 야기되었고, 염분을 함유한 해수에 의해 콘크리트가 중성화되어 교량 기초가 부식된 것 등이 사고원인으로 제시되었다.

홍수 피해
LH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2013년도보고서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07년까지 총 44년 동안 모두 7,533개의 도로교가 홍수시 붕괴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태풍 “루사”와 “매미”가 발생한 2002년, 2003년에 특히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립방재연구소에서 태풍 ‘루사’로 인한 교량피해와 관련해서 홍수재해발생 3일 후인 2002. 8. 14일부터 5일간에 걸쳐 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의 피해교량을 현장 조사한 결과, 교량시공기술이 없이 주민자력으로 시공된 1970년대의 새마을교량과 그 이전에 건설된 교량이 피해가 제일 극심하고 1980년대에 주변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표준설계도에 의해 시공된 교량도 많이 파손되었고, 도로교 설계기준이 마련된 1990년의 교량도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에서는 홍수방재 개념을 교량설계에 도입하여 2002년도에는 건설교통부가 ‘하천시설기준’, 행정자치부가 ‘홍수방재를 위한 중소규모 교량 설계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교량들이 건설되었기 때문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교량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 홍수로 나타나고, 미국의 경우에도 홍수와 하상세굴에 의한 교량붕괴가 5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거의 100%가 홍수에 의한 붕괴사고이고 거의 매년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특히, 이렇듯 많은 교량이 홍수로 붕괴되는 사고가 거의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같이 특별히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일반인이나 교량 전문가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교량 붕괴는 성수대교가 유일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것이 루사나 매미와 같은 대형 태풍에 의한 피해로 인재보다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로 인식을 하고 있고, 또는 지방의 소규모 하천에 건설된 새마을교량이나 표준도에 의해 건설된 작은 교량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그러나 교량의 기능상 목적이 홍수시라도 하천을 횡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면 원칙적으로 홍수 시에도 무너지지 않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건설되어 공용중인 교량들이 홍수에 안전할 수 있도록 안전점검과 진단을 통해 필요시 보수·보강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신설교량으로 교체를 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