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려고 사다 놓은 건어물들이 다 타버렸어 …. 저걸 보고 있자니 말이 안나와.”
18일 오전 11시. 밤사이 강한 불길이 휩쓸고 간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화재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탄내가 코 끝을 찔렀다.
<관련기사 3·4·11·19면>
화재 현장 입구에서 만난 최인옥(85) 할머니는 몇 시간째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앙상해진 가게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이웃 상인은 아무말 없이 할머니의 어깨를 매만지며 다독일 뿐이었다.
누군가 할머니에게 화재보험은 들었는지 묻자, “그런거 난 몰라. 그냥 하루하루 나와서 장사만 했지 뭐. 사는 날까지 내 몫은 하다가 가고 싶었는데 …. 이제 어째야 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 할머니에게 어시장은 삶의 터전이자 전부였던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하루 아침에 검게 변해버렸다.
이날 새벽 1시36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재래어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시간 30분만에 진화됐다. 새벽 시간대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천만 다행으로 화재 진압 초기 때 한 횟집 방안에서 잠들어 있던 80대 노인을 소방대원이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어시장 좌판 220여곳과 점포 20여곳이 잿더미로 타버렸다. 소방당국은 6억5000여만원(잠정)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인들은 당장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게 됐다. 재래어시장 뒷편 일부 상점들은 전기와 수도가 끊겨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주말을 앞두고 손님을 맞이할 생각에 들떠 있던 상인들은 예상치 못한 화재로 상심에 빠졌다. 상인 A(40)씨는 “근 몇개월간 장사가 안되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날씨가 풀리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나 싶더니 이런 일이 터져버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상인은 행인과 기자들이 화재 현장을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찍자, “당신 왜찍어? 남은 속상해 죽겠는데 보기 좋아?”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화재 현장 인근의 상인들도 화재를 안타까워했다.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8)씨는 “저 안에는 좌판이 다 타버려서 아예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바로 옆에서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싶진 않다”며 한숨을 내벹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감식에 나섰다. 화재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전기계통의 화재로 의심되고 있다. 피해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래포구 재래어시장을 제외한 종합어시장 점포와 상가지역 횟집들은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