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고층 아파트 화재가 8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등 대형 참사로 번진 가운데, 화재 원인으로 냉장고 폭발 가능성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한 생존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4층에 사는 이웃이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기 직전 자신의 냉장고가 폭발했다고 나에게 털어놨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 역시 4층에 있는 한 가정의 부엌에 있는 냉장고가 폭발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2010년 이후 런던에서만 냉장고 화재로 7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치는 등 영국에서는 최근 10여년 동안 수십 건의 냉장고 폭발 화재가 있었다. 지난주 영국 웨일스 남부 쿰브란에서도 냉장고 폭발 화재가 발생해 29세 여성이 숨졌으며, 4월 맨체스터에서는 63세 남성이 냉장고 폭발 화재로 숨진 바 있다.

이밖에 다른 화재 원인으로는 가스 폭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7층에서 탈출한 거주민이 대피하다가 건물 안에서 푸른색 불꽃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파란색 불꽃은 가스 폭발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주민들은 지난해 가스 공급 관련 보수가 이뤄졌다며 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선 당시 공동 난방 체계를 손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이날 오전 1시쯤 런던 서부 지역에 있는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했다. 2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은 약 한 시간 만인 오전 2시쯤 건물 외벽을 타고 24층 전체로 확산됐고, 새벽 5시쯤에는 아파트 건물이 전소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으로 12명이 사망했고 68명의 부상자가 생겨 런던 6개 병원으로 이송됐다. 스튜어티 쿤디 런던경찰청 국장은 “복잡한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며 “안타깝게도 추가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건물 구조의 문제점, 정확한 화재 원인, 불길이 급속도로 번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