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해명에 의문 – 규정을 교묘히 섞어 사실 곡해

항공이나 공항관련 전문가가 아닌 제가 무안참사에 관해 이토록 관심을 갖는 것은 재난의 발생 요인과 대응, 수습 등 일련의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재난 정책에 공통요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참사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자기 분야에 대입하여 개선점을 찾아야 재난사고를 하나라도 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컬라이저 규정 여부 떠나 개선”…또 핵심 피해간 국토부 |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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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 규정에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RESA, Runway End Safety Area) 너머(beyond)에 위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국토부의 어제 해명이 영 석연치 않아서 그 규정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동안 찾지를 못했는데 첨부한 KBS 보도에 그 규정이 나와 있네요. 덕분에 그 규정을 찾아 읽어 봤는데, 제 우려대로 국토부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FAA에서는 ICAO의 RESA 대신에 RSA(Runway Safety Area)를 사용합니다. 둘은 항공기의 활주로 이탈 사고 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목적은 같지만, 규정의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서로 다른 이 두 개념을 자기들 편의대로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RESA는 착륙대(활주로 끝 + 60m)에서 최소 90m 이상, 240m 이상 확보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무안공항의 RESA가 199m로 90m를 넘으니까 RESA가 최소요건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규정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는 ICAO 규정을 인용합니다.

그리고, ‘RESA는 로컬라이저까지 연장되어야 한다’ 는 ICAO와 국내 규정과 관련해서는 FAA 규정을 들어 로컬라이저는 RESA 밖에 위치해야 하므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규정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FAA의 규정을 직접 살펴 보겠습니다.

국토부가 근거로 삼은 규정은 FAA의 ORDER 6850.16E ‘Siting Criteria for Instrument Landing System’이고, Chapter 2(the ILS Localizer) 5.b의 ‘활주로정지단에서 안테나까지의 최소거리‘ 관련 규정입니다.

그 내용 중 일부인 “For centerline extended localizer antennas, the entire localizer antenna array must be located beyond the end of the runway safety area.”만을 인용해서 RSA 너머에 위치하는 게 맞다고 한 겁니다.

이 부분만 보면 확실히 beyond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다시 보면 “중심선 연장형 로컬라이저 안테나의 경우, 전체 로컬라이저 안테나 배열은 RSA 끝을 넘어선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RESA가 아니라 RSA라는 겁니다.

FAA의 RSA는 RESA와 달리, 활주로 끝에서 1,000ft(300m)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위치와 관련해서 교묘하게 RSA가 마치 RESA인 것처럼 기망하고 호도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위의 FAA 규정은 위의 내용에 이어서 바로 최소거리 요건에 관한 추가 규정을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When a cleared and graded area extending from the stop end of the runway a distance of 1100 feet or more can be provided, the localizer array must be located beyond 1000 feet from the stop end of the runway; and

(1) 활주로 정지단으로부터 평탄하게 정지되고(graded) 지장물이 없이 깨끗한(cleared) 지역이 1,100ft (335m )이상 확보 가능한 경우에는 로컬라이저 배열은 활주로 정지단에서 1,000ft(300m) 너머에 위치해야 한다. 또한

(2) Where no practicable alternatives exist to locate the localizer antenna array outside the RSA, approval to install the antenna array inside the RSA must be requested through the responsible Airports Division and documented in an approved National Change Proposal (NCP). When a localizer antenna array is installed in the RSA, it must be frangible at or below 3 inches, 14 CFR Part 139.309 (4), either by design or application of approved frangible bolt couplings at the base of the array.  In these cases, the array should be located as far away as practicable from the stop end of the runway to maximize RSA and protect personnel and equipment from the effects of jet blasts.

(2) RSA 바깥 쪽에 로컬라이저 배열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담당 공항부서에 변경제안서(NCP)를 문서화하여 RSA 내에 안테나 배열을 설치하기 위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로컬라이저 안테나 배열이 RSA 내에 설치되는 경우, 배열의 기초는 4 CFR Part 139.309 (4)의 규정에 따라 설계 또는 부러지기 쉬운 인증볼트를 사용하여 3인치 이하에서 부러지기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 이 경우 배열은 제트블라스트의 영향으로부터 인원과 장비를 보호하고, RSA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활주로정지단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이 두 규정을 보면, 분명히 RSA 적용을 기준으로 300m 이상의 RSA가 확보되는 경우에는 그 밖에 배치하고, 부득이 무안공항처럼 RSA 300m 안쪽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만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1)항의 내용을 보면 컬라이저가 RSA 바깥쪽에 위치하더라도 RSA 바깥 지역 355m 지점까지 평탄하게 정지하고 지장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쉽게 부러지는 구조로 만들더라도 어떻든 로컬라이저도 장애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로컬라이저를 RSA 밖에 두되, 그 거리는 최소한 300m 이상이 되어야 하고, 부득이 300m 안에 설치할 때는 반드시 3인치(76mm) 이하에서 부러져야 하고 활주로정지단에서는 가능한 멀리 떨어뜨리라는 겁니다.

요컨대, 국토부는 위의 beyond 부분은 인용하면서(그것도 RESA 대신 RSA로 곡해), 아래 두 조항은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다른 글에서 설명했지만 139.309 조항에는 웅덩이, 돌출물 등을 설치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히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토부에서 인용한 5.(b)조항의 바로 앞 조항인 5.(a)에는 로컬라이저의 적정 위치를 선정하면서 고려할 사항등을 나열하고 있는데, 그 첫번째가 장애물 제거 기준 요건(1. Required obstruction clearance criteria)입니다. 로컬라이저 자체가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하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되는 게 맞지 않을까요.

현직 책임자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 본인들 책임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지 못하고, 규정을 곡해하는 상황에 이른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조항 하나하나를 장관께서 직접 확인했는지 모르겠네요. 박 장관같은 유능하고(특히, 경험과 역량이 탁월한 주택정책전문가) 훌륭한 분이 예기치 않은 재난 때문에 본인의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리핑에서 장관이 밝힌 것처럼 이번 사고 조사는 엄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리라 믿지만, 사직을 밝히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현직 실무책임자들에게만 규정해석을 맡기지 말고, 이들이 사실을 왜곡하는지도 총괄책임자로서 꼼꼼히 들여다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난(위기) 발생 시, 리더는 큰 그림(big picture)만이 아니고 세부사항(details)까지 빠르게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