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주택가 아파트에 축구장 절반 길이에 달하는 구간에 걸쳐 어린아이 키만 한 대형 싱크홀이 무려 3개나 생겼습니다.
하지만 건설사와 관계 기관 모두 두 달 동안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이 같은 땅 꺼짐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연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폭탄을 맞은 듯, 커다란 구멍이 생겼습니다.
웬만한 어린아이가 그대로 잠길 정도로 깊습니다.
구멍 위로 얇은 나무판이 엉성하게 덮여 있고, 아파트 주민들은 그 위를 아슬아슬하게 오갑니다.
[아파트 주민 : 잠자는 사이에 붕괴가 되지 않을까. 당장 진짜 입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공사를 하게 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들어가는 것도 너무 싫었고….]
지은 지 9년 된 아파트에 이처럼 이른바 싱크홀로 불리는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건 지난달 8일부터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과 아이들의 놀이터까지 싱크홀이 생겼습니다.
싱크홀 위에 얇은 나무판으로 덮어 놨지만, 임시방편이어서 인명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축구장 절반 길이에 달하는 무려 65m 구간에 걸쳐 너비 1.4m, 깊이 1.5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 3개나 발견됐습니다.
싱크홀 사이로는 곳곳에서 흙이 파이고 보도블록이 무너지는 등 땅 꺼짐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땅 꺼짐 현상이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원인 조사는커녕 싱크홀 주변 지반에 대한 실태 파악도 전혀 안 됐습니다.
싱크홀의 원인을 두고 아파트 시공사인 GS 건설과 인근에 고층 건물을 짓고 있는 KCC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입니다.
[GS 건설 관계자 : 원인 규명이 된다면 그 뒤에 이른 시일 내에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KCC 관계자 : 저희 때문에 생긴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사실 소명할 이유가 없는데….]
두 건설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싱크홀이 점점 더 커지면서 당장 추가 붕괴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땅이 더 이상 꺼지지 않도록 지하 20m 깊이까지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게 보통 작업이 아니죠.]
하지만 서울시와 해당 구청 역시 사유지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사고가 나야지만 개입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 심각한 정도의 어떤 사고가 발생했다면 안전관리 차원에서는 접근할 수 있겠죠.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건축물을 수리하는 것에 대해서 자치 단체에 요청할 수 있겠습니까?]
관계 기관과 건설사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주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