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바꾼 ‘푼돈’ 이행강제금, 이제는 ‘안전의 파수꾼’으로 환골탈태해야

벌금이 이익보다 싸다면 법은 무용지물이다 
최근 발생한 대전 화재 사건의 이면에는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고질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해당 건물은 과거 수차례 불법 개조로 적발되어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으나, 건물주는 시정 대신 납부를 선택했다. 화마 속에서 스러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은 이미 수년 전, 이행강제금 영수증 한 장과 맞바꿔진 셈이다. 이행강제금이 본래의 목적인 ‘위법 상태의 치유’가 아니라, 불법을 유지하기 위한 ‘합법적 비용’으로 변질된 현실을 이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줄 수는 없다.
이태원에서 대전까지, 반복되는 ‘예고된 인재’ 
이행강제금 제도의 무력함은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15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호텔의 불법 증축물이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해당 호텔 역시 수년간 이행강제금을 내며 위반 상태를 방치해 왔다. 경제적 논리로 계산된 ‘벌금 납부’라는 선택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재난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 상 이행강제금은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하지만 불법 용도 변경으로 얻는 임대 수익이나 영업 이익이 부과되는 강제금보다 월등히 높다면, 합리적 경제 주체인 건물주에게 법 준수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의 이행강제금은 위반 건축물에 대한 면죄부이자, 외려 재난을 방치하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규 준수를 강제하는 ‘실효적 툴’로의 업그레이드 필요 
이행강제금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인 도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징벌적 이행강제금’의 전면 도입이다. 불법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강력한 금액 산정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오만한 계산법이 통하지 않도록 위반 기간과 위험도에 비례해 부과액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여야 한다.
둘째, 안전 관련 위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다. 소방 통로 확보나 구조적 안전에 직결된 위반 사항은 부과 횟수 제한이나 감경 규정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시정되지 않는 위반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즉각적으로 물리적 시정을 강제하는 강력한 집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기반의 투명한 관리 체계 구축이다. AI와 드론을 활용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위반 사항을 즉각 포착하고, 이를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 실시간 연동하여 불법 건축물의 유통과 수익 창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단순한 행정 질서 유지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휘둘러야 할 ‘정의의 칼’이다. 대전 화재와 이태원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행강제금이 불법의 면죄부가 아닌 안전의 파수꾼으로서 제 기능을 하도록 제도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